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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결론 [이정훈의 사상과 정책론]

뉴잭스윙 선비 2024. 2. 24. 11:35

1. 반세기만의 가장 큰 북의 통일정책변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었다. 조선로동당 전원회의는 과거 김일성 주석의 1월 1일 신년사와 김정일 위원장 시절 공동사설을 대신하여 북한(조선)에서 당과 국가사업의 총적 방향과 목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북의 모든 정책은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시작하여 전원회의 총평과 차기 년도 계획으로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신년사나 전원회의의 주요 내용은 북 사회주의건설 부분, 대미대남 통일정책 부분, 국제대외관계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올 전원회의에서는 총괄적 경제통계를 대외적으로 잘 발표하지 않는 북이 이례적으로 국내총생산이 2020년 대비 1.4배(140%) 성장하였음을 발표했다. 이는 북이 지난 3년간 평균 두 자리 수 이상의 고속성장을 계속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 코로나 국경 폐쇄 등 전반적으로 매우 어려운 국내외 조건에서도 최근 북 사회주의건설이 대성공이라는 자평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부분은 대남 통일정책 분야이다. 회의에서는 반세기 이상 북이 추진했던 북의 평화통일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가 천명되었으며 그 내용은 엄중하다는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한마디로 남한(대한민국)과 평화통일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냉정한 현실평가이다. 역대 남한 정부의 통일정책을 평가하면서 남한 정부는 더 이상 통일대상이 아니며 적대국 정부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남한 정부를 평화통일 상대로 여기며 사업한 북의 대남 통일기구도 모두 폐지정리 한다는 결론이다.

한반도 전쟁위기와 관련하여 전쟁 접경에 이른 위험한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이제 전쟁 발발은 추상적 문제가 아니라 다가온 현실이며 전쟁 대비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남한 정부를 평화통일 상대로 인정하고 추진한 지난 시기 남북교류와 협상전략은 착오이며,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전쟁 준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전쟁이 발생하면 전략핵무기로 미국을 제어제압 하고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며 남조선 평정(통일)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조선로동당과 북의 통일정책에서 거대한 변화와 충격적 내용이 발표되었으나, 이를 대하는 한국 주류언론의 보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매우 주관적으로 해석하며, 관성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북 전원회의의 조국통일 관련 부분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2. 북의 변화된 정책은 ‘2개 국가 정책’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김여정 대남담화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남한 주류언론들이 북이 ‘2국가 정책’(Two-Korea Policy)을 시작했고, 북이 대한민국과 ‘적대적 공존정책’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북 전원회의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릇된 평가이다. 이는 북 통일정책의 원칙과 냉정한 현실평가 과정 그리고 남한 정부를 대하는 북의 현상적 표현 변화와 정책 본질의 혼동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한마디로 북은 ‘2개 국가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2개 국가 정책’이란 남북이 2개의 각자 분단국가로 유지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미국이 지금까지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며 남과 북을 2개의 국가 관계로 만들어 영구분열하자는 의도로 추구한 정책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시기 북한 흡수통일론과 병행해 이를 추종했음은 물론이다. 겉으로 남북 평화 공존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이는 영구분열정책이다.

그러면 현상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북의 대한민국 실체인정 표현들이 본질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살펴보자. 북이 추진하는 것은 ‘하나의 국가’ 정책이며 그것이 북 통일정책의 변함없는 본질이다. 북 통일정책의 목표는 변함없이 하나의 영토에서 오천년을 같이 산 하나의 민족이 다시 하나의 영토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국통일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조선로동당의 절박한 최대 과제라는 것도 변함이 없다. 만약 이것을 바꾸려면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아니라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로동당 규약과 국가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큰 변화가 있다면 역대 남한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총평하며 북의 통일방도가 현실을 인정한 토대에서 전격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북이 지난해부터 사용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은 ‘2개 한국’ 이나 ‘적대적 남북공존’을 유지하거나 인정하는 표현이 아니다. 반대로 남한 정부를 1국가로 가는 길에 나서는 민족의 장애물이자 제거 대상인 적으로 지칭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분단국가의 국제적 현실적 실체를 인정한 것이지만, 결코 남한 정부를 북이 차후에 두 개 국가 정책으로 인정한다는 규정이 아니다. 반대로 이는 앞으로 1국가 정책 실현을 위한 괴멸의 과도적 현실적 대상과 국가 실체를 확정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북은 같은 민족이며 동포인 남한국민(인민)과 대한민국(정부)을 분리해서 보고 있다. 남한이 국가와 정부라는 실체를 인정하지만 더는 통일의 상대가 아니라, 반통일 반민족적인 미국의 속국 성격을 가진 괴멸대상으로 최종 규정한 것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이며 왜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됐을지를 추론해 보자.

3. 조선로동당 통일정책의 이상과 현실화 과정

이번 전원회의 결정의 심각한 정책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반세기 이상 북의 평화통일정책과 남북관계를 아주 간략하게라도 기억하고 복기할 필요가 있다. 해방 이후 시기를 생략하고 한국전쟁 이후 전개된 북의 통일전략과 남북관계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대략 3시기로 정리할 수 있다.

1) 첫 시기(1953년~1971년); 정전협상으로 일시 중지된 한국전쟁 후, 남과 북이 상호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를 자처하며 상호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적대적 교전관계의 연장시기이다. 상호 괴멸을 목표로 한 남북관계 단절과 대결의 시기이다. 최근과 같이 극한 적대적 관계를 표명하였으며 남북 정부 간 상호 정부 실체 자체를 원천적으로 인정치 않았던 시기이다.

2) 두 번째 시기(1972년~ 2000년); 정전협정이 20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남북분단이 고착된 시기이다. 남북 각기 분단된 상태에서 국가체제를 재정비하고 경제건설이 본격 추진되었다. 남북이 상호실체인정과 전쟁이 아닌 방식의 평화통일을 가시적으로 시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시기이다. 이를 적극 추진한 것은 북이었다.

그 시작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었다. 7.4남북공동성명에서 남북은 전후 처음으로 통일원칙으로 ‘민족자주, 평화적 통일, 민족 대단결’ 노선을 합의하였다. 이는 상호 실체를 부정하며 전쟁 재개를 통해 상호 괴멸을 추구하던 통일노선으로부터 상호인정과 평화적 통일 가능성을 합의한 전후 최초의 성명이라는데 의미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제한적인 남북교류가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남과 북의 온 민족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다. 불행히도 미국의 한반도 분단체제 유지 술책인 이른바 ‘두 개 한국 정책’이 병행된 것도 이때부터다.

1980년 조선로동당 6차 당 대회에서는 평화통일방안인 ‘고려민주연방제 통일방안’이 공표되었다. 북이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남북의 통일역량을 감안 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낮은 단계 연방제’ 등으로 변경하는 약간의 변화가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1민족, 1국가, 2체제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평화적 연방제 통일원칙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상호인정과 평화통일 기조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구현되었다. 남북합의서는 최초로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로 상호 실체인정과 불가침을 합의한 문서였다.

3) 세 번째 시기(2000년~ 2023년); 남북 정부 간 남북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상호 실체인정에 기초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에 남북 정상선언(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4.27 판문점선언)과 각종 합의문이 서명된 시기이다. 그것이 실현된 계기는 남한에서 매국적 극우보수정권이 민주당과 같은 중도보수정권으로 교체된 시기와 일치한다. 이 시기 정부 간 교류뿐 아니라 민간 남북교류도 봇물이 터진 시기이다. 그러나 민주당 집권에도 불구하고 북한(조선)의 실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며 북을 원천 부정하는 국가보안법은 그대로 유지했다.

4) 현재 시기(2024년~?); 윤석열 정권의 등장으로 그간 남북 정상이 서명한 모든 선언과 합의문은 휴짓조각으로 되고 모든 평화통일 노력이 무산된 현재의 시기이다. 남북의 통일정책이 다시 반세기 이전의 극한적 적대국 관계로 후퇴한 시기이다.

북의 통일정책을 면밀히 연구한 사람이라면, 북이 반세기 이상 추구한 이상적 통일전략이 보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전쟁에 의한 사회주의 적화통일전략이 아니라 평화적 연방제통일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러한 북의 전략은 이제 개선되지 않는 비극적 대결 현실을 인정하며 비평화적 방도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결정으로 지난 반세기 이상 추진했던 북의 평화통일정책이 총평가 되었고 북의 기존 대남정책은 공식적으로 변경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총평에 대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짧지만 변화기조의 원인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한국 정부의 미국 추종 정책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 전쟁과 통일 전쟁이 불가피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4. 북 통일정책의 결론과 방향전환 이유

전원회의 결론을 요약하면 한국전쟁 이후 지난 반세기 이상 추진한 북의 통일원칙과 방도는 타당했으나, 이상적 통일의 방도로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 방도는 날로 강도를 더해가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반북 반통일 정책을 추종하는 남한 당국의 반민족적 예속적 태도로 더는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총평이다. 변화된 통일정책과 대남정책의 최종결론과 이유를 추론하면 다음과 같다.

1) 남한 정부와 상호인정에 기초한 평화적 연방제 통일은 불가능하다.

북의 공식적 통일방도는 원칙적으로 2가지이다. 하나는 평화통일 방도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에 의한 통일방도이다. 북은 지난 시기 두 가지 방도를 동시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다. 평화통일의 대표적 방도가 남북협상에 기초한 연방제 통일방안이다. 연방제는 말 그대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하나의 연방국가에서 각기 남북지역 자치정부로 공존하는 방식이다.

북이 민주당 정부를 포함한 역대 남한 정부와 추진했던 통일사업의 결론은 냉정하다.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북이 평화통일을 하려면 이는 정부와 정부의 통일을 의미한다. 평화통일이란 결국 남측 정부와 협상의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은 원칙적으로 연방제 통일은 남한에 진보정권이나 자주 정부가 들어서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같은 매국적 극우보수 정권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같은 중도보수 정권과도 평화적 통일이 사실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북은 민주당 정부가 다시 들어서도 미국의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남한이 독자적 의지로 연방제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경험의 총평이다.

“10년도 아니고 반세기를 훨씬 넘는 장구한 세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내놓은 조국통일사상과 노선, 방침들은 언제나 가장 정당하고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한 것으로 하여 온 민족의 절대적인 지지찬동과 세계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나 그 어느 하나도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으며 북남관계는 접촉과 중단, 대화와 대결의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김정은, 조선중앙통신보도)

“총비서동지께서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조선중앙통신보도)

2) 미국과 남한이 계속 대북 군사적 대결 정책을 기도한다면, 불가피하게 비평화적 방도로 조국통일을 실현한다.

최근 북미관계는 전쟁개시가 언제든지 가능한 초강경 강대강 국면이다. 그것이 미국이 북의 정책변화를 유도하는 겁박전술 이든, 남한 정부의 안보 불안에 대한 과시용 대응이든 아니면 미국이 의도한 실제 전쟁전야 조치이든 상관 없이 대단히 심각한 지경이다. 그것이 북이 지난해 무려 3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을 향해 발사해 대응 훈련한 이유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의 대북 대결정책으로 남북군사합의서가 결국 파기되어 군사적 완충지대는 사라졌다. 현재 남북 군사적 충돌 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만약 과거와 같은 지상이나 해상의 남북 간 충돌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것이 핵 전면전과 조국통일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조선반도 지역의 위태로운 안보환경을 시시각각으로 격화시키며 적대세력들이 감행하고 있는 대결적인 군사행위들을 면밀히 주목해보면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김정은, 조선중앙통신보도)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든다면 우리의 핵전쟁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엄숙히 선언하면서 대적, 대외사업 부문에서 적들의 무모한 북침 도발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의 전 영토를 평정하려는 우리 군대의 강력한 군사행동에 보조를 맞추어나가기 위한 준비를 예견성 있게 강구해나갈 데 대한 중요과업들을 제시하였다.”(조선중앙통신보도)

3)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

전후 정전체제하의 남북의 정부 간 관계는 늘 이중적이다. 한 편으로 통일의 상대이며 한편으로는 교전관계에 있는 적이다. 북은 지난 반세기 이상 남한 정부를 적국에서 평화통일의 상대로 인정하며 무수한 당국 간 정치협상과 통일전선사업(민족통일전선)을 전개해 왔다. 정전체제하의 모순적 이중적 관계에서 남한과 민족적 입장에서 이상적 통일방안인 평화통일을 추구하고 강조하였다는 의미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표현은 결코 원치 않았던 비참한 현실을 인정하는 표현이지 새로운 규정이 아니다. 이는 남한이 북(조선)을 여전히 헌법과 국가보안법으로 반국가단체로 보며 국가로 인정치 않고 있으며 민주당 정부 역시 연방제 통일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판단한 현실인정이다. 남북관계가 반세기 이상 평화통일을 목표로 추진했으나 그것을 실현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였음을 냉정히 인정하고 반복된 전쟁위기에 처한 현실에 기초하여 새로운 통일방도를 준비하자는 것이 결론이다.

따라서 통일전선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기존 협상방도에 의한 통일정책 기구를 모두 과감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남한과의 관계를 더는 민족 내부의 상호 존중 관계와 특수 관계로 보지 않으며 적대적 국가 간 대외관계로 정리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대남관계를 그 지위에 맞게 북미 관계의 종숙물로 처리하여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남북대화나 남북협상은 역사 무대에서 사라졌다는 매우 불행한 의미이다.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쌍방무력이 대치되어 있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그 어떤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 북과 남의 관계를 보여주는 현주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문제를 론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5. 다가오는 국가존망의 전쟁위기

북의 대남정책 변화 결정에 따라 북과 공동보조를 취하기 시작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대남정책도 같은 기조로 변화할 것은 필연이다. 북과 중국이 전쟁에 대비한 군사교류와 공조 강화는 물론, 북‧중‧러는 남한과 합의나 교류 없이 본격적 동북아 지역 3국 공동개발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1990년대부터 추진한 한국의 북방정책은 윤석열 정부에서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전쟁과 국가 존망의 위기가 어른거리는데도 한국 주류언론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리는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위기의 관성화 때문일까? 한국 언론이 너무 오랫동안 하늘같은 미국을 믿어서일까? 미국이 있어 한반도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시대가 있었으나 그 시기도 끝났다는 것을 한반도 현실과 지구촌 곳곳에서 증명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지킨다는 신화도 한국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 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한국정부도, 한국 주류언론도 직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의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를 되돌아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다 준비되어 있지만 조국 강토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조선민족이 또다시 전쟁의 참화를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왔습니다. 우리가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남조선당국은 '제도통일'의 허황한 꿈을 버리고 내외에 천명한대로 연방제 방식의 통일 실현에로 방향전환을 하여야 합니다. 만일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입니다.”(김정은, 2016년 7차 당대회)

평화통일 가능성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것은 민족사의 불행이다. 전쟁이 언제 발생하는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올해 전쟁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전쟁이 발발할 조건을 현재 모두 갖추고 있다.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이 전쟁위기를 저지하는 유일한 길은 북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면 북을 굴복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무모함과 오판을 당장 중지시키는 것이며, 한국도 맹동적인 미국 추종에서 벗어나 국민과 민족이 살길을 모색하고 자기 머리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