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의 주장에 떠도는 파시즘... 양비론과 양시론에 조롱당하는 역사교육의 본령
전한길.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이름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는 느닷없는 주장을 내놓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대중 앞에 피력하는 건 그의 자유이며 권리다. 그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건 곤란하다. 그의 머릿속 사상이든, 가르치는 지식이든, 뭐든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경쟁하는 건 비난받기보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내로라하는 사교육 '1타 강사'다.
전제가 필요하겠다. 그와 나는 비슷한 게 많다. 우선, 하는 일도, 전공도 같은 데다 나이마저 동년배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각각 공교육과 사교육의 강단에 서고 있다는 것뿐이다. 나 역시 시골의 가난한 집 출신인 데다, 그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역사학을 공부했지만, 난 역사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지리학을 공부했으니, 우연치고는 참으로 공교롭다.
같은 학문을 연마했고,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는 데에 그와 묘한 동질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역에서든 대학에서든 만약 친구로 만났다면 더없이 가까운 사이가 됐을 듯싶다. 그가 나고 자란 경산과 대구는 광주 사람인 내가 근무하고 싶어 하는, 지독히도 사랑하는 고장이다. 최근 나의 대구 사랑을 고백하는 책까지 냈다.
강자의 논리에 결박된 파시즘적 사고에 황당
그런데,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그의 주장은 귀를 의심할 정도로 황당했다. 다른 과목도 아닌 한국사를 가르치는 강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었다. 그가 지적한 부정선거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그때마다 사실무근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선관위와 검찰, 법원 등 국가 기관에 대한 맹목적 불신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왜곡된 주장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역사를 흔히 '교훈의 학문'으로 명명하는 이유다. 하물며 미래 세대에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에게는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엄정함과 깨달은 대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단언하건대, 그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을뿐더러 양비론과 양시론으로 점철된 그의 역사 인식은 강자의 논리에 결박된 파시즘적 사고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도 잘못이지만, 원인을 제공한 국회의 '입법 독재' 역시 반성해야 한다는 시각은, 비유하자면, 학교폭력의 가해자 못지않게 피해자의 잘못도 크다는 이야기다.
매서운 추위에도 밤늦은 시간까지 광장에 나가 탄핵 반대와 찬성을 외치는 이들을 둘 다 '애국 시민'으로 호명하는 행태는 또 어떤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전형적인 양시론이다. 둘 다 '나라 사랑'을 외치고 있다고 해서, 애국 행위로 단정하는 그 단순함이 놀랍다. 서로 적대시하는 그들 중에 누가 진짜 애국자인지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가려야 할까.
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사법부에서 이미 결정이 내려졌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며 집행을 가로막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국회도, 선관위도, 검찰도, 경찰도, 공수처도, 심지어 법원까지도 종북 좌파에 접수된 '반국가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면, 그들에게 '합법적인' 국가 기관은 단 한 곳 대통령만 남는다.
그가 가르쳐온 역사 지식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의 맨 처음에 나오는 준엄한 명령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 기관은 국회이며, 헌법에서도 대통령보다 국회의 권능이 앞서 제시된다. 하물며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봉건시대의 절대군주일 리 없다.
이를 모르지 않을 한국사 '1타 강사'가 윤 대통령의 편에 서서 '12.3 내란 사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그가 가르쳐온 역사 지식이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걸 보여준다. 강의를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는커녕 오로지 수험용 지식일 뿐이라는 걸 선선히 고백한 셈이다. 머리에 수험용 지식만 욱여넣는 건 역사교육의 본령을 조롱하는 행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려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 극우 유튜브에서 쏟아내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의혹 제기에 휘둘린 거라면, 그는 더 이상 역사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 연구하는 학자든, 가르치는 교사든, 역사를 전공하는 이에게 공인된 사료적 근거는 기본적인 전제다. 의혹만으로 주장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혹세무민'일 뿐이다.
도무지 한국사 '1타 강사'답지 않은 그의 '흑화'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까마득한 후배들 앞에서 열변을 통한 그의 모교 강연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강연 영상의 내용은, 놀랍게도 내가 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36년 전 진학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조언과 토씨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왜 흑화했나
지방대 출신이어서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했다는 서사와 명문대까진 아니더라도 한 등급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죽도록 공부해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유머러스한' 조언까지 빼다 박은 듯 똑같았다. 언뜻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한풀이' 같은 느낌이었다. 뻔한 이야기도 '인플루언서' 선배의 말엔 힘이 실리는 법이다.
솔직히 그의 강연은 '웃펐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다 비속어까지 적절히 섞은 그의 언변에 귀를 쫑긋 세우게 할 만큼 웃기고 재미있었다. 한편으론 수십 년 전에나 통할 법한 낡디낡은 이야기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요즘 아이들 앞에서 설파한다는 게 안타깝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고진감래'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꼰대스럽다'는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여전히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국사 '1타 강사'로부터 듣는 서글픈 현실이다.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금, 그나 나나 기성세대로서 나고 자란 지역에서 떠나지 않도록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명문대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대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
수강생의 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게 사교육 강사의 역할이긴 해도, 그것이 '지고지선'의 가치일 순 없다. 사교육 강사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다. 인구와 기능의 수도권 집중이 망국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 와중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 앞에서 '지방을 떠나라'는 식의 조언은 차라리 '망언'이다.
'하면 된다'는 인식은 실패와 좌절의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넘기는 강자의 논리다. 건강한 공동체라면 불행을 개인의 몫으로 치부하기보다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한다. 한국사 '1타 강사'의 황당한 주장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적 퇴행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하루아침에 수십만 명 늘었다는 소식이 그저 기막힐 따름이다.
※ 내가 생각하는 일마의 목적
① 구독자 수 확대 즉, 돈벌이 ② 총선 즉, 국회의원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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